낯선 고향 — 번역된 풍경, 낭만화된 조선

낯선 고향 — 번역된 풍경, 낭만화된 조선

광주광역시 구동의 한 한옥 문간채 어느 방에서 이 벽지가 발견되었습니다. 한옥이 지어진 해는 1937년, 그러나 이 벽지는 그보다 한참 뒤인 1960~70년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원본은 남아있지 않습니다. 건물이 완전히 리모델링되면서 벽지 역시 사라졌고, 지금은 사진으로만 그 모습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한 장면의 구성 좌측 하단에 물가에 선 정자가 있습니다. 팔각 또는 육각 평면, 기와 지붕의 곡선, 수면에 드리워진 반사. 경복궁 향원정이나 창덕궁 부용정 계열의 조선...
비단 없는 비단벽 — 1970년대 한국산 다마스크 벽지

비단 없는 비단벽 — 1970년대 한국산 다마스크 벽지

펄프지 위의 궁전 1960년대 말~70년대 초에 제작된것으로 추정되는 벽지 원본 스캔 이미지(Source : Collection of Gosate) 1970년대 초 한국에서 생산된 이 벽지를 처음 마주하면, 낯익은 듯 낯선 인상을 받게 됩니다. 펄프지 위에 흰색과 카키색 2도 인쇄로 찍힌 수직 띠. 그 안에 좌우 대칭의 곡선 잎사귀들이 거울처럼 마주 보며 수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띠와 띠 사이에는 가느다란 세선(細線)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서양 인테리어에...
종이 위의 대숲 — 1960년대 한국산 벽지에 담긴 대나무의 두 얼굴

종이 위의 대숲 — 1960년대 한국산 벽지에 담긴 대나무의 두 얼굴

미서기문 위의 대나무 1960년대 말~70년대 초에 제작된것으로 추정되는 벽지 원본 스캔 이미지(Source : Collection of Gosate) 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에 지어진 한옥의 미서기문을 들여다보면, 크라프트지 위에 크림색과 올리브색으로 인쇄된 벽지가 나타납니다. 수직으로 늘어선 뾰족한 타원형들, 그 사이를 채우는 짧은 수평 대시들. 대나무 숲입니다. 줄기는 극도로 단순화되어 있습니다. 붓의 농담도, 잎의 세밀한 묘사도, 마디의 입체적 표현도...
종이로 찍은 천장 — 1930년대 일본제 천장지에 새겨진 동서양의 문양

종이로 찍은 천장 — 1930년대 일본제 천장지에 새겨진 동서양의 문양

1930년대에 제작된것으로 추정되는 벽지 원본 스캔 이미지 (Source : Collection of Gosate) 한옥 천장 위의 격자 1930년대 전후로 지어진 근대 한옥의 천장지를 벗겨내면, 크라프트지 위에 은백색과 먹색으로 인쇄된 독특한 문양이 나타납니다. 두 종류의 사각 패널이 바둑판식으로 교대 배치되어 있습니다. 하나에는 네 장의 꽃잎이, 다른 하나에는 마름모가 들어 있습니다. 패널 사이의 테두리는 직각으로 꺾이는 연속 선이 감싸고, 패널 바깥의 빈 공간은 얼음이...
격자 위의 열대 — 1940년대 벽지에 남은 남방의 흔적

격자 위의 열대 — 1940년대 벽지에 남은 남방의 흔적

1940년대초에 제작된것으로 추정되는 벽지 원본 스캔 이미지 (Source : Collection of Gosate) 한옥 천장에서 발견된 이 벽지는 첫눈에 낯섭니다. 크라프트지 위로 짙은 청록색 잉크가 두 번에 걸쳐 찍혔습니다. 휘어지는 잎, 단순화된 별꽃, 그리고 화면 전체를 덮은 미세한 격자. 언뜻 보면 전형적인 당초문(唐草紋)의 변주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익숙한 동아시아 장식 문법과는 다른 결이 느껴집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바탕을 채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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