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없는 비단벽 — 1970년대 한국산 다마스크 벽지
펄프지 위의 궁전 1960년대 말~70년대 초에 제작된것으로 추정되는 벽지 원본 스캔 이미지(Source : Collection of Gosate) 1970년대 초 한국에서 생산된 이 벽지를 처음 마주하면, 낯익은 듯 낯선 인상을 받게 됩니다. 펄프지 위에 흰색과 카키색 2도 인쇄로 찍힌 수직 띠. 그 안에 좌우 대칭의 곡선 잎사귀들이 거울처럼 마주 보며 수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띠와 띠 사이에는 가느다란 세선(細線)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달리고 있습니다. 서양 인테리어에...
브라운과 금박으로 수놓은 거실의 품위, 70년대 ‘양옥풍’ 천장지의 미학
1. 네잎형 격자와 ‘천장 전용’이라는 기능적 정의 이 벽지는 처음부터 천장 공간을 위해 설계된 1970년대 한국 벽지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네 잎 클로버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곡선이 사방으로 이어지며, 그 교차점마다 마름모 혹은 방패 모양의 작은 매듭이 정교하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네잎형 무늬의 반복은 대각선 방향으로 흐르는 격자 구조를 형성하는데, 이는 공간 전체에 타일을 촘촘히 깔아놓은 듯한 안정감을 부여합니다. 종이 위에 인쇄된 곡선과 매듭들은 단순한 장식을...
그물처럼 엮인 장식의 욕망, 종이 위에 피어난 ‘양옥풍’ 레이스
1. 카르투슈를 엮어 만든 ‘레이스 그물’ 패턴 이 벽지는 펄프지 바탕 위에 아주 작은 타원형 점들을 촘촘히 인쇄하여, 마치 고급 직물의 질감을 흉내 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 위로는 꼰 넝쿨과 로코코 양식의 장식으로 구성된 마름모 격자가 얹히고, 격자의 꼭짓점마다 월계수 화관을 길게 늘여놓은 듯한 넝쿨 매듭이 걸려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마름모꼴로 넝쿨과 장식들이 서양의 어느 정원 격자 벽면을 덮고 있는 덩쿨이나, 레이스 장식을 연상시킵니다. 강화도 화도면에 위치한...
서양식 메달리온의 한국적 변용: 1970년대 연보라 화분 문양 연구
1. 작은 화분을 반복하는 서양식 ‘메달리온(Medallion)’ 레이아웃 1970년대 초 한국 벽지에서 발견되는 이 패턴의 기본 구조는 서양 장식사에서 오랜 전통을 지닌 ‘메달리온 플로럴(Medallion Floral)’ 레이아웃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타원형 카르투슈(Cartouche, 메달리온) 내부에 작은 나무 형태의 식물 실루엣을 배치하고, 이를 대각선 격자 구조로 끊임없이 반복하는 방식입니다. 메달리온 사이의 여백은 작은 꽃송이와 장식 모티브들이 빈틈없이 메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