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회색 위의 단풍잎 — 1960년대 초 한국 벽지가 소화한 서양 식물지 문법
화면의 구성 은회색 바탕 위에 여러 계열의 잎들이 흩어져 있습니다. 화면 중앙을 차지하는 것은 단풍이나 포도를 연상시키는 5엽의 큰 잎들입니다. 우측 상단에는 물푸레나무나 아카시아 계열을 연상시키는 작고 가는 우상복엽(羽狀複葉)이 자리잡고, 배경에는 깃털처럼 성긴 양치류의 실루엣이 흩어져 있습니다. 여기저기 포도송이 같은 작은 열매들도 숨어있습니다. 하나의 식물을 그린 것이 아닙니다. 여러 식물의 잎과 열매가 한 화면에 공존하는, 이른바 ‘식물지(植物誌,...
종이 위의 대숲 — 1960년대 한국산 벽지에 담긴 대나무의 두 얼굴
미서기문 위의 대나무 1960년대 말~70년대 초에 제작된것으로 추정되는 벽지 원본 스캔 이미지(Source : Collection of Gosate) 19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 초에 지어진 한옥의 미서기문을 들여다보면, 크라프트지 위에 크림색과 올리브색으로 인쇄된 벽지가 나타납니다. 수직으로 늘어선 뾰족한 타원형들, 그 사이를 채우는 짧은 수평 대시들. 대나무 숲입니다. 줄기는 극도로 단순화되어 있습니다. 붓의 농담도, 잎의 세밀한 묘사도, 마디의 입체적 표현도...
종이로 찍은 천장 — 1930년대 일본제 천장지에 새겨진 동서양의 문양
1930년대에 제작된것으로 추정되는 벽지 원본 스캔 이미지 (Source : Collection of Gosate) 한옥 천장 위의 격자 1930년대 전후로 지어진 근대 한옥의 천장지를 벗겨내면, 크라프트지 위에 은백색과 먹색으로 인쇄된 독특한 문양이 나타납니다. 두 종류의 사각 패널이 바둑판식으로 교대 배치되어 있습니다. 하나에는 네 장의 꽃잎이, 다른 하나에는 마름모가 들어 있습니다. 패널 사이의 테두리는 직각으로 꺾이는 연속 선이 감싸고, 패널 바깥의 빈 공간은 얼음이...
온돌방을 지킨 만능 마감재, 1960년대 띠벽지의 다각적 용도 분석
1. 시각적 밀도와 모조 질감: 마름모 격자가 만든 ‘종이 패브릭’ 패턴의 중심에는 미세한 그물망 형태의 해칭(Hatching)이 채워진 큰 마름모가 자리하고, 그 주변을 네 개의 작은 사각 점들이 호위하듯 감싸며 견고한 X자형 격자 구조를 형성합니다. 이러한 구성은 전형적인 ‘다이아퍼(Diaper)’ 패턴의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문양과 문양 사이의 여백을 최소화하여 벽면 전체를 하나의 직조된 텍스처처럼 보이게 합니다. 강화도 화도면 1960년대 고택에서 발견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