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 굽도리지에 남은 이카트(ikat)와 미드센추리의 자국
1960년대 초 한옥의 아랫벽을 두르던 굽도리지에서 이카트와 미드센추리 모던 텍스타일의 감각을 읽어냅니다.

시각적 관찰
이 벽지는 한옥의 아랫벽을 두르던 굽도리지(下部帶壁紙)로, 1960년대 초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선 시기의 굽도리지들이 대부분 사방연속(四方連續)의 격자 위에 서 있었다면, 이 벽지는 그 구조에서 벗어나 수직 반복 위에 짜여 있습니다. 유닛의 스케일이 작아, 화면 전체가 조밀한 마이크로 프린트(micro-print)의 인상을 줍니다.

인쇄는 2도(度)입니다. 종이의 원색이 그대로 밝은 리본과 여백을 만들고, 그 위에 청록색과 붉은색 두 잉크가 얹혀 문양을 그립니다. 청록이 바탕 필드를 넓게 덮고, 붉은색이 짧은 대시와 도트로 리듬의 강조점을 새깁니다. 두 색이 겹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정확한 역할을 맡는 이 인쇄 설계는, 물자와 원가를 아껴야 했던 1960년대 초 인쇄 산업의 표준적 조건 안에서 만들어진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문양지들은 대부분 이렇게 두 도수 안에서 자기 미학을 완성해야 했습니다.
두 개의 세로 컬럼
패턴의 골격은 두 종류의 세로 컬럼이 교대로 반복되는 A-B-A-B 구조입니다.
컬럼 A — 두 가닥의 리본이 서로를 감으며 아래로 흐릅니다. 하나가 왼쪽으로 부풀어 오르면 다른 하나가 오른쪽으로 부풀어 오르는 이 웨이브는, 사방연속의 격자 벽지에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어휘입니다. 오히려 이런 세로 흐름은 직조된 천의 세로 실(warp) 방향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리듬에 가깝습니다.
컬럼 B — 마름모꼴로 배열된 붉은색 점 네 개가 하나의 유닛을 이루고, 그 위아래로 사선의 짧은 대시가 대칭으로 놓입니다. 이 다이아몬드와 도트의 조합은 세계 여러 직조 문화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정형입니다.
두 컬럼을 함께 놓고 보면, 이 벽지는 벽지 자체의 계보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직조된 천의 계보 위에 서 있습니다.

이카트의 어휘 — 다이아몬드, 웨이브, 도트
세로로 흐르는 웨이브와 그 사이에 놓인 다이아몬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도트의 조합은, 세계 각지의 직조 전통 — 특히 실을 묶어 염색한 뒤 짜는 이카트(ikat) 기법 — 에서 오랫동안 정형화되어온 문법입니다. 이카트 도안은 거의 전적으로 기하학적이며, 다이아몬드·계단형·셰브론·지그재그·도트가 지배적으로 등장합니다. 곡선이 드물고 격자 기반의 형태가 우세한 이유는 실을 먼저 염색한 뒤 격자 구조로 짜기 때문에, 곡선보다는 직선과 반복 격자가 훨씬 자연스럽게 얻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두 지역의 전통이 이 굽도리지의 감각과 비슷합니다. 중앙아시아 이카트(우즈베크·타지크)는 볼드한 다이아몬드와 셰브론을 주된 어휘로 삼고, 팔레트는 전통적으로 인디고·레드·크림으로 절제되어 있습니다. 이 세 색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굽도리지의 청록·붉은색·종이색과 그대로 겹칩니다. **일본 카스리(kasuri)**는 이카트의 일본 계열로, ‘촘촘한 반복 유닛, 작은 기하학적 패턴이 특징입니다.. 인디고와 흰색의 대비 위에 작은 기하 표식이 리드미컬하게 배치되는 카스리의 감각은, 이 굽도리지의 마이크로 스케일과 유사합니다.
아르데코가 흡수한 세계
이 벽지가 우즈베키스탄이나 일본 카스리에서 직접 온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 사이에는 20세기 전반, 세계 각지의 이런 직조 어휘를 하나의 미학으로 재편한 결정적인 흐름이 있었습니다 — **아르데코(Art Deco)**입니다.
1920~30년대의 아르데코는 아르누보의 유기적 곡선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해, 이집트·아즈텍·아프리카·중앙아시아·동아시아의 부족적이고 기하학적인 어휘를 대거 흡수했습니다. 셰브론, 지그재그, 계단형, 다이아몬드, 세로 스트라이프, 선버스트 — 이 모든 형태가 아르데코의 표준 어휘로 편입되었고, 그 대칭적이고 리드미컬한 기하학은 건축의 파사드에서부터 가구, 텍스타일, 벽지에 이르는 모든 표면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미드센추리 모던 — 작은 반복의 시대
아르데코의 기하학 어휘는 1950~60년대의 미드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 텍스타일 유행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로 대중화됩니다. 이 시기 조밀한 마이크로 프린트는 다양한 자리에 등장했습니다 — 셔츠·넥타이·스카프·크라바트 같은 작은 복식품, 커튼·소파 커버·베개·안감·벽지 같은 홈 데코 직물, 그리고 상자와 가구 마감 종이에 이르기까지, 어디든 이와 유사한 패턴들이 얹혔습니다.
1960년대 초 한국이라는 자리
이 굽도리지가 만들어진 시기는 한국 사회가 급격히 서구화되던 국면이었습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년~)이 막 시작되었고, 서구식 주거 취향이 상류층을 넘어 중산층으로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미국·유럽의 텍스타일 유행이 신문·잡지·수입 상품을 통해 도시의 시각 문화에 유입되던 시기입니다. 앞선 시기의 굽도리지가 능화문 계열 — 조선의 오래된 종이 시각 어휘 — 를 유지했다면, 이 시기의 굽도리지는 그 자리에 국제 텍스타일 유행의 어휘를 앉힙니다.

여기에 이 굽도리지의 이중적 성격이 있습니다. 도안 자체는 세계 각지의 직조 전통에서 출발해 아르데코와 미드센추리 텍스타일을 거쳐 국제화된 문법이지만, 그 도안이 앉는 자리는 한옥의 아랫벽입니다. 서양에서도 이런 마이크로 프린트가 벽지로 쓰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폭넓은 용도 가운데 이 도안이 굽도리라는 특정한 자리 — 방의 아랫단, 손이 가장 많이 닿는 자리 — 에 자연스럽게 안착한 것은 한국 도배 문화 특유의 감각입니다. 작은 반복의 텍스타일 미학이 매체와 자리를 바꾸어, 종이 두 도수 위에서 방의 아랫단을 두르는 새로운 마감재가 된 것입니다.
두 가닥의 리본이 서로를 감고, 그 사이에는 붉은 점 네 개가 다이아몬드를 이루며 아래로 흐릅니다. 두 도수의 종이 위에서 아르데코의 기하학과 미드센추리의 리듬, 그리고 그보다 더 먼 이카트의 패턴이 함께 겹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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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의 벽지 — 복원본
검이 (Gumi)
196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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