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 굽도리지에 남은 이카트(ikat)와 미드센추리의 자국

시각적 관찰 이 벽지는 한옥의 아랫벽을 두르던 굽도리지(下部帶壁紙)로, 1960년대 초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선 시기의 굽도리지들이 대부분 사방연속(四方連續)의 격자 위에 서 있었다면, 이 벽지는 그 구조에서 벗어나 수직 반복 위에 짜여 있습니다. 유닛의 스케일이 작아, 화면 전체가 조밀한 마이크로 프린트(micro-print)의 인상을 줍니다. 인쇄는 2도(度)입니다. 종이의 원색이 그대로 밝은 리본과 여백을 만들고, 그 위에 청록색과 붉은색 […]

7월 20, 2026

1960s 1960년대 초

1960년대 초 굽도리지에 남은 이카트(ikat)와 미드센추리의 자국

1960년대 초 한옥의 아랫벽을 두르던 굽도리지에서 이카트와 미드센추리 모던 텍스타일의 감각을 읽어냅니다.

저자
GOSATÉ Archive
작성일
2026. 07. 20
연구 분류
벽지 문양 연구
시대
1960년대 초
1960년대 초 굽도리지에 남은 이카트(ikat)와 미드센추리의 자국

시각적 관찰

이 벽지는 한옥의 아랫벽을 두르던 굽도리지(下部帶壁紙)로, 1960년대 초에 사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앞선 시기의 굽도리지들이 대부분 사방연속(四方連續)의 격자 위에 서 있었다면, 이 벽지는 그 구조에서 벗어나 수직 반복 위에 짜여 있습니다. 유닛의 스케일이 작아, 화면 전체가 조밀한 마이크로 프린트(micro-print)의 인상을 줍니다.

인쇄는 2도(度)입니다. 종이의 원색이 그대로 밝은 리본과 여백을 만들고, 그 위에 청록색과 붉은색 두 잉크가 얹혀 문양을 그립니다. 청록이 바탕 필드를 넓게 덮고, 붉은색이 짧은 대시와 도트로 리듬의 강조점을 새깁니다. 두 색이 겹치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정확한 역할을 맡는 이 인쇄 설계는, 물자와 원가를 아껴야 했던 1960년대 초 인쇄 산업의 표준적 조건 안에서 만들어진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 시기의 문양지들은 대부분 이렇게 두 도수 안에서 자기 미학을 완성해야 했습니다.

두 개의 세로 컬럼

패턴의 골격은 두 종류의 세로 컬럼이 교대로 반복되는 A-B-A-B 구조입니다.

컬럼 A — 두 가닥의 리본이 서로를 감으며 아래로 흐릅니다. 하나가 왼쪽으로 부풀어 오르면 다른 하나가 오른쪽으로 부풀어 오르는 이 웨이브는, 사방연속의 격자 벽지에서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어휘입니다. 오히려 이런 세로 흐름은 직조된 천의 세로 실(warp) 방향에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리듬에 가깝습니다.

컬럼 B — 마름모꼴로 배열된 붉은색 점 네 개가 하나의 유닛을 이루고, 그 위아래로 사선의 짧은 대시가 대칭으로 놓입니다. 이 다이아몬드와 도트의 조합은 세계 여러 직조 문화권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정형입니다.

두 컬럼을 함께 놓고 보면, 이 벽지는 벽지 자체의 계보 위에 서 있는 것이 아니라 직조된 천의 계보 위에 서 있습니다.

(Source : Gosate Collection)

이카트의 어휘 — 다이아몬드, 웨이브, 도트

세로로 흐르는 웨이브와 그 사이에 놓인 다이아몬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도트의 조합은, 세계 각지의 직조 전통 — 특히 실을 묶어 염색한 뒤 짜는 이카트(ikat) 기법 — 에서 오랫동안 정형화되어온 문법입니다. 이카트 도안은 거의 전적으로 기하학적이며, 다이아몬드·계단형·셰브론·지그재그·도트가 지배적으로 등장합니다. 곡선이 드물고 격자 기반의 형태가 우세한 이유는 실을 먼저 염색한 뒤 격자 구조로 짜기 때문에, 곡선보다는 직선과 반복 격자가 훨씬 자연스럽게 얻어지기 때문입니다.

《이카트 숄의 티라즈 조각》(Tiraz Fragment from an Ikat Shawl), 9세기 후반–10세기 초, 예멘. 면직물에 평직, 방염염색(이카트), 잉크와 금. 셰브론과 마름모가 반복되는 예멘 이카트의 기하학적 문법을 보여주는 사례.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Gift of George D. Pratt, 1929, 29.179.10. Public Domain.

특히 두 지역의 전통이 이 굽도리지의 감각과 비슷합니다. 중앙아시아 이카트(우즈베크·타지크)는 볼드한 다이아몬드와 셰브론을 주된 어휘로 삼고, 팔레트는 전통적으로 인디고·레드·크림으로 절제되어 있습니다. 이 세 색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굽도리지의 청록·붉은색·종이색과 그대로 겹칩니다. **일본 카스리(kasuri)**는 이카트의 일본 계열로, ‘촘촘한 반복 유닛, 작은 기하학적 패턴이 특징입니다.. 인디고와 흰색의 대비 위에 작은 기하 표식이 리드미컬하게 배치되는 카스리의 감각은, 이 굽도리지의 마이크로 스케일과 유사합니다.

아르데코가 흡수한 세계

이 벽지가 우즈베키스탄이나 일본 카스리에서 직접 온 것은 물론 아닙니다. 그 사이에는 20세기 전반, 세계 각지의 이런 직조 어휘를 하나의 미학으로 재편한 결정적인 흐름이 있었습니다 — **아르데코(Art Deco)**입니다.

1920~30년대의 아르데코는 아르누보의 유기적 곡선에 대한 반작용으로 등장해, 이집트·아즈텍·아프리카·중앙아시아·동아시아의 부족적이고 기하학적인 어휘를 대거 흡수했습니다. 셰브론, 지그재그, 계단형, 다이아몬드, 세로 스트라이프, 선버스트 — 이 모든 형태가 아르데코의 표준 어휘로 편입되었고, 그 대칭적이고 리드미컬한 기하학은 건축의 파사드에서부터 가구, 텍스타일, 벽지에 이르는 모든 표면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미드센추리 모던 — 작은 반복의 시대

아르데코의 기하학 어휘는 1950~60년대의 미드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 텍스타일 유행으로 이어지며 전 세계로 대중화됩니다. 이 시기 조밀한 마이크로 프린트는 다양한 자리에 등장했습니다 — 셔츠·넥타이·스카프·크라바트 같은 작은 복식품, 커튼·소파 커버·베개·안감·벽지 같은 홈 데코 직물, 그리고 상자와 가구 마감 종이에 이르기까지, 어디든 이와 유사한 패턴들이 얹혔습니다.

1960년대 초 한국이라는 자리

이 굽도리지가 만들어진 시기는 한국 사회가 급격히 서구화되던 국면이었습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년~)이 막 시작되었고, 서구식 주거 취향이 상류층을 넘어 중산층으로 빠르게 확산되었으며, 미국·유럽의 텍스타일 유행이 신문·잡지·수입 상품을 통해 도시의 시각 문화에 유입되던 시기입니다. 앞선 시기의 굽도리지가 능화문 계열 — 조선의 오래된 종이 시각 어휘 — 를 유지했다면, 이 시기의 굽도리지는 그 자리에 국제 텍스타일 유행의 어휘를 앉힙니다.

1960년대초부터, 본격적인 벽지 국산화가 이루어지면서, 이전까지는 작은패턴은 암묵적으로 굽도리지(하부 띠벽지)로 사용되었다면, 이때부터는 사용 용도까지 여백에 기재되기도 했다. (Source : Gosate Collection)

여기에 이 굽도리지의 이중적 성격이 있습니다. 도안 자체는 세계 각지의 직조 전통에서 출발해 아르데코와 미드센추리 텍스타일을 거쳐 국제화된 문법이지만, 그 도안이 앉는 자리는 한옥의 아랫벽입니다. 서양에서도 이런 마이크로 프린트가 벽지로 쓰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 폭넓은 용도 가운데 이 도안이 굽도리라는 특정한 자리 — 방의 아랫단, 손이 가장 많이 닿는 자리 — 에 자연스럽게 안착한 것은 한국 도배 문화 특유의 감각입니다. 작은 반복의 텍스타일 미학이 매체와 자리를 바꾸어, 종이 두 도수 위에서 방의 아랫단을 두르는 새로운 마감재가 된 것입니다.

두 가닥의 리본이 서로를 감고, 그 사이에는 붉은 점 네 개가 다이아몬드를 이루며 아래로 흐릅니다. 두 도수의 종이 위에서 아르데코의 기하학과 미드센추리의 리듬, 그리고 그보다 더 먼 이카트의 패턴이 함께 겹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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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구의 벽지 — 복원본

검이 (Gumi)

196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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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
Original
소재
Non-woven / Peel & Stick
사이즈
50×6m / 50×10m / 50×24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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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3~5일 · 무료배송
검이 (G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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