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르투슈를 엮어 만든 ‘레이스 그물’ 패턴
이 벽지는 펄프지 바탕 위에 아주 작은 타원형 점들을 촘촘히 인쇄하여, 마치 고급 직물의 질감을 흉내 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 위로는 꼰 넝쿨과 로코코 양식의 장식으로 구성된 마름모 격자가 얹히고, 격자의 꼭짓점마다 월계수 화관을 길게 늘여놓은 듯한 넝쿨 매듭이 걸려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마름모꼴로 넝쿨과 장식들이 서양의 어느 정원 격자 벽면을 덮고 있는 덩쿨이나, 레이스 장식을 연상시킵니다.

(Source : Gosate Collection)
격자 내부를 채우는 문양은 두 가지 단위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는 흰색 잉크로 처리된 ‘마름모형 카르투슈(Cartouche)’입니다. 위아래가 부풀고 옆으로 말려 들어가는 윤곽은 서양식 액자나 가문의 문장(Emblem) 틀을 연상시키며, 내부에는 네 방향으로 뻗은 잎사귀와 곡선이 얽혀 있습니다. 입체적인 석고 장식 대신 값싼 종이 위에 흰 잉크로 덩어리감을 표현한 이 장식은, 다소 과장된 레이스 장식 같은 표정을 지니고 있습니다.

(Source : Gosate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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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옅은 하늘색 바탕에 어두운 중심점이 박힌 작은 꽃 문양으로, 흰 카르투슈 사이를 메우며 색의 리듬감을 부여합니다. 여기에 틈새마다 박힌 눈꽃 모양의 작은 별 문양까지 더해지면, 바탕 점무늬부터 넝쿨, 카르투슈, 꽃, 눈꽃에 이르는 다섯 단계의 레이어가 중첩됩니다. 이는 단정하고 절제된 다마스크 패턴이라기보다, 화려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레이스와 리본, 꽃을 아낌없이 집어넣은 조금은 번잡하고 키치한 장식 감각에 가깝습니다.
2. 1960~70년대 한국 실내가 재해석한 ‘유럽식 카르투슈’
이 패턴의 문법적 뿌리는 18~19세기 유럽의 네오클래식(신고전주의) 및 로코코 장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벽 패널이나 천장의 스투코(Stucco), 직물 문양에서 흔히 쓰이던 ‘카르투슈 내부의 중심문양과 월계수 화관·리본의 사선 구조’를 평면적인 인쇄 벽지로 옮겨온 것입니다. 본래 유럽의 원형에서는 카르투슈 안에 왕가나 귀족의 문장, 혹은 상징적인 도상을 넣고 주변을 풍성하게 감싸 ‘메달형 패널’을 연속 배치하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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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귀족적 형식이 1960년대 말에서 70년대 초 한국의 인쇄 환경과 만나며 독특하게 변주되었습니다. 섬세한 실크 바탕은 종이 위 점무늬 인쇄로 대체되었고, 깊은 음영이 있어야 할 중심문양은 평면적인 흰색 덩어리 위에 선을 얹은 수준으로 간략화되었습니다. 여기에 옅은 하늘색과 보랏빛 계열의 포인트 색상이 더해지면서, 고전적인 무게감보다는 서양식으로 화려하게 꾸미고 싶어 했던 당시 ‘양옥스러운 취향’이 반영된 키치한 분위기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공간을 나누는 구조만큼은 상당히 야심차게 설계되었습니다. 단순한 꽃무늬의 반복을 넘어, 카르투슈가 그물처럼 면을 분할하고 넝쿨이 그 틀을 이어주며 전체가 하나의 연속된 장식 패널처럼 보이도록 유도했기 때문입니다. 이 벽지는 당시 한국인들이 품고 있던 ‘서양식 살롱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여실히 드러내는 사료입니다. 유럽식 원형이 대량 인쇄를 거치며 투박하고 가벼운 미감으로 변주된 그 지점이 바로 이 패턴이 가진 시대성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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