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화실 인터뷰 — 그림이 머무는 자리, 벽지가 머무는 자리

전통채색화 작가가 이끄는 화실 사유화실(思惟畫室)과 1940년대 숙자(Sookja) 아이보리 벽지가 만나 만들어낸 따뜻한 공간 이야기.

May 5, 2026

GOSATÉ Journal — Spaces No. 04
2026 · Spring · Customer Conversations

그림이 머무는 자리,
벽지가 머무는 자리.Rooms that hold
a quiet thought.

전통채색화 작가가 이끄는 화실 ‘사유화실(思惟畫室)’에서 만난 1940년대 숙자(Sookja) 아이보리 벽지의 시간. 그림과 벽지가 서로를 비추며 만들어낸 따뜻한 공간을 기록합니다.

Studio사유화실 思惟畫室 WallpaperSookja · Ivory PhotographyCourtesy of 사유화실 InterviewGOSATÉ × 사유화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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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 들어가며

붓을 드는 일과,
스스로에게
머무는 일.

전통채색화는 색을 천천히 쌓아 올리며 밀도를 높여가는 작업이다. 한 겹의 색이 마르고, 그 위에 다음 색이 얹히고, 다시 마르고— 그렇게 시간이 쌓인 자리에서 비로소 작품이 단단해진다. 사유화실은 그 과정을 ‘수련’이라 부른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단순한 표현이 아닌 하나의 수련으로 바라보며,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思惟(사유)’는 불교에서 깊이 들여다보는 일을 뜻한다. 사유화실은 그 이름처럼, 들어선 사람이 자기 안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도록 만든 공간이다. 우리는 그 공간 한쪽에 자리한 1940년대 숙자(Sookja) 아이보리 벽지를 따라, 작가의 이야기를 들으러 화실을 찾았다.

01

Question 01 · 이름‘사유화실(思惟畫室)’이라는 이름의 의미.

‘사유화실(思惟畫室)’이라는 이름은 불교에서 말하는 ‘사유(思惟)’의 의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단순한 표현을 넘어 하나의 수련으로 바라보며,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사유하는 공간이라는 뜻을 담아 ‘사유화실’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02

Question 02 · 시작전통채색화의 길로 들어선 계기.

아버지께서 한국화 작가이셔서 자연스럽게 그림과 가까운 환경에서 자라왔고, 그 흐름 속에서 전공 또한 한국화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전통채색화는 색을 천천히 쌓아 올리며 밀도를 높여가는 작업이 중요한데, 그 과정 속에서 작품이 단단하게 완성될 뿐 아니라 저 스스로도 함께 단단해지는 느낌을 자주 받습니다. 이러한 점이 제 성향과 잘 맞아 전통채색화를 중심으로 작업을 이어오게 되었습니다.

강하게 시선을 끄는 그림보다,
마치 벽지처럼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그림.

— 사유화실의 작업 태도
03

Question 03 · 마음작업하실 때 가장 깊이 마음을 두는 부분.

강하고 눈에 띄는 그림보다는, 마치 벽지처럼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그림을 지향합니다.

늘 시선을 끄는 존재이기보다, 일상 속에 잔잔하게 어우러지며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그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사유화실 전경 — 벽에는 호랑이 민화와 모란 채색화가 걸려있고, 화병의 꽃과 식물이 함께 놓여 있다.
Plate i 사유화실의 작업실 전경. 호랑이 민화와 모란 채색화가 벽에 걸리고, 식물과 도자기 화병이 그 사이에 자리한다. Studio · 사유화실
04

Question 04 · 나눔도안 나눔을 시작하신 마음.

학생과 선생의 관계를 넘어,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습니다.

전통채색화를 그리고 싶지만 자신이 없거나 자료가 부족해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도안 나눔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고화를 바탕으로 한 도안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저는 제 작업의 연장선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도안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큽니다.

05

Question 05 · 분위기처음 사유화실을 구상하셨을 때, 가장 만들고 싶었던 분위기.

사유화실을 처음 구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따뜻한 분위기’였습니다.

처음 들어와도 낯설지 않고, 마치 오래 알고 지낸 공간처럼 포근하게 안기는 느낌을 바랐습니다. 또한 과하게 꾸며진 공간보다는 식물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소담실 콘솔 위, 매화 채색화와 백자 화병이 놓인 자리.
Plate ii 소담실 콘솔 위, 매화 채색화와 백자 화병이 놓인 자리. 숙자 아이보리 벽지가 그 배경이 된다. 소담실
등잔이 켜진 소담실 한 켠. 어린 인물의 전통 초상화가 그 앞에 놓여있다.
Plate iii ‘소소한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라는 뜻의 소담실. 따뜻한 등불 아래 아동 초상이 자리한다. 소담실
06

Question 06 · 만남고사테 벽지를 처음 알게 된 경로.

화실을 이전하기 전, 한 수강생 분께서 옛 벽지를 복원하여 제작하는 작업을 하고 계셨습니다. 당시에는 사업의 초기 단계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대화를 나누며 왜 벽지를 복원하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제작하는지에 대해 자세히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과정과 작업에 담긴 의미를 이해한 뒤 벽지를 다시 보게 되었고, 제 화실에 꼭 필요한 요소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문하는 분들이 낯설지 않고 익숙한 공간처럼 느끼길 바라는 마음과도 잘 맞아, 자연스럽게 벽지를 사용하고자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벽지를 시공한 이후,
화실과 잘 어울린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 시공 후 가장 자주 받은 반응
07

Question 07 · 반응시공 후, 공간을 본 사람들의 반응.

벽지를 시공한 이후, 화실과 잘 어울린다는 반응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또한 공간이 한층 고급스러워졌다는 말씀도 자주 해주셨습니다. 따뜻한 분위기를 바랐던 만큼, 전체적인 공간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는 점에서 의도한 방향과 잘 맞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08

Question 08 · 작품과 공간작업 공간의 배경이 작품에 미치는 영향.

그림을 그리는 작업 공간에는 별도로 벽지 시공을 하지 않았고, 작품을 걸어두고 꾸미는 공간에 벽지를 시공하였습니다. 저는 그 공간을 소소하게 담소를 나누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소담실’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문양이 있는 벽지를 선택해 자칫 화려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옛스러운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더해지며 작품과 잘 어우러집니다. 그 결과 공간 속에서 그림이 한층 더 돋보이는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09

Question 09 · 사람이 공간을 가장 좋아해주는 분들.

화실을 찾아주시는 분들의 성향이 비슷한 편이라 그런지, 남녀노소 누구나 이 공간을 좋아해주시는 편입니다.

특히 복원 벽지를 선택한 점에 대해 센스 있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시고, 그림과 공간의 분위기가 고급스럽게 잘 어우러진다는 평가를 자주 듣고 있습니다.

10

Question 10 · 다음사유화실의 다음 단계.

사유화실은 앞으로 확장 이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전하게 되면 현재 소담실에만 적용되어 있는 벽지 시공을, 소담실은 물론 문화상품(화실 굿즈) 공간까지 함께 확장해 활용할 예정입니다.

저는 작품과 공간에서 ‘분위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벽지는 그 분위기를 한층 깊게 만들어주고 작품과의 시너지를 높여주는 요소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향으로 공간을 더욱 확장해 나가고자 합니다.

Featured Wallpaper · 사용 제품

숙자 / 아이보리Sookja · 1940s · Ivory

1940년대 조선의 거주 공간에서 사용되었던 벽지를, 고사테가 80여 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살려낸 패턴. 작은 사방연속 문양이 조용하고 따뜻한 리듬을 만들며, 전통채색화의 옛스러움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사유화실 ‘소담실’의 분위기를 받쳐주는 배경이 된 바로 그 벽지.

Era
1940s · 일제강점기 후기
Roll
50cm × 10m
Material
Non-woven paper
Origin
Designed in Korea
Made in Sweden
View Sookja · Ivory
Epilogue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그림,
오래 함께해 온 듯한 벽지.

사유화실의 그림은 시선을 끌기보다 공간에 스며들기를 지향하고, 1940년대 숙자 아이보리 벽지는 80여 년 전의 결을 그대로 옮겨와 그 옆자리에 놓인다. 같은 결로 어울리는 두 시간이 화실의 분위기를 만들고, 들어선 사람의 호흡을 한 박자 늦춘다. 곧 시작될 확장 이전에서도, 이 어울림이 더 넓은 자리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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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화실Sayuhwasil · 思惟畫室

전통채색화 · 민화 ·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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