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타일과 종이 사이의 문양
이 벽지는 첫눈에 마치 ‘곡선이 만든 구조물’처럼 다가옵니다. 진한 검은색 곡선이 화면 전체를 X자 격자로 나누고, 그 선이 매듭마다 부드럽게 휘어지면서 네잎클로버를 연상시키는 곡선 프레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서양식 건물의 주물 난간이나 철제 창살을 위에서 내려다본 장식 도면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Photo by Gosate 2025)
프레임 안쪽은 은색에 가까운 회색으로 채워져 있으며, 여백의 아칸서스 문양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얕은 깊이감을 만들어냅니다. 꽃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인 식물 모티브는 아니지만, 19~20세기 서양 장식에서 반복되던 아라베스크와 아칸서스의 흐름을 단순화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네 잎이 만나는 교차점마다 박힌 검은 로제트와 격자 중간중간에 찍힌 작은 다이아몬드 모티브는 금속 리벳이나 장식 못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모든 요소가 겹치면서 실제 재료는 종이임에도 불구하고, 보는 이에게는 이것이 타일인지, 혹은 석조 패널이나 석고 부조, 철제 장식인지 혼동될 정도의 하이브리드한 인상을 줍니다. 한 장의 벽지 안에 구조와 장식, 그리고 여러가지 재료의 물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 1960년대 초 한국 천장지에 스민 ‘서양 타일’의 계보
19세기 후반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작은 꽃이나 스크롤을 마름모 또는 클로버형 프레임 안에 넣은 격자형 ‘다이아퍼(diaper)’ 패턴이 유행했습니다. 동시에 시멘트 타일이나 모자이크 타일에서도 비슷한 격자, 별, 로제트 구성이 반복되었습니다. 일본을 통해 서양 장식 수용이 이루어진 일제강점기에는 이러한 도안들이 벽지와 리놀륨 바닥재, 포장지 등으로 번역되어 들어왔고, 한옥의 천장을 촘촘한 기하학 패턴으로 메우는 관습도 이 시기에 자리 잡게 됩니다.

(Source : Gosate Collection)
해방과 전쟁을 거친 뒤 1960년대에 들어서면, 한국의 업체들은 더 이상 수입 도안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계보를 독자적인 방식으로 정리하고 요약하기 시작합니다. 이 벽지는 바로 그러한 시대적 변화의 산물입니다. 일제강점기 타일형 천장지에서 익숙해진 클로버 격자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색상은 검은색과 회색 2도 인쇄로 정리했습니다. 서양의 쿼트로포일 문양은 조선의 감꼭지 문양인 ‘주화문’을 연상시킵니다.
종이 위에 2도 인쇄로 제작되어, 재료 자체는 소박하지만, 공간에서 올려다보았을 때 서양식 호텔 로비나 극장 천장을 연상시키는 석고부조나 타일 같은 천장이 펼쳐지는 효과를 의도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한 장의 천장지는 서구 장식 문양과 일제강점기의 수용 과정, 그리고 1960년대 한국이 지향하던 현대적인 실내 이미지가 서로 교차하며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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